's SPINE은 한 사람의 작업과 삶의 중심에 놓인 책들을 공유하는 코너입니다.소개된 책의 일부는 SHOP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Gongyega's SPINE(MAY, 2021). @gong_yegaWriter 권영미. 주로 원단으로 된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듭니다. 제품을 만드는 일 외에는 손으로 다룰 수 있는 재료를 경계 없이 사용하여 작업물로 표현합니다. @omee.kWriter 김대홍. 디자인 작업실 겸 카페 파티션WSC를 운영합니다. 하나의 생각을 손에 잡히는 물건부터 무형의 워크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현하는 일을 합니다. @daehongkk¶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2008)¶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1959)¶ THE WEST SEA · 강수정(2019)¶ 강가의 아틀리에 · 장욱진(2017)¶ 음악의 언어 · 송은혜(2021)¶ 공예를 생각한다. · 최범(2017)¶ 주말엔 숲으로 · 마스다 미리(201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1948)¶ 어린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43)¶ 잠수복과 나비 · 장 도미니크 보비(1997)¶ 젊은 날의 초상 · 이문열(1981)¶ 먼 북소리 · 무라카미 하루키(1995) ¶ 지허스님의 차 · 지허(2003)¶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 윤이상(2019)¶ 일하는 예술가들 · 강석경(2018)¶ 한국의 발견 · 한창기(1998)¶ 유강열과 친구들: 공예의 재구성 · 국립현대미술관(2020)¶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 노먼 포터(1969)¶ 백 · 하라 켄야(2008)¶ 분위기 · 페터 춤토르(2006)¶ 루이스 칸: 건축의 본질을 찾아서 · 정태용, 김낙중(2013)¶ TOKYO STYLE · 츠지키 교이치 (1993)¶ Open Shutter at the Museum of Modern Art by Michael Wesely(2004)¶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2008) "늘 단정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글 쓰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언제나 변함없이 수십 장, 수백 장의 파지를 내시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들은 그다지 고치시지도 않고 물 흐르듯 써내셨습니다." 하동에 위치한 박경리문학관에 방문했을 때 작가님의 육필원고를 보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당연했던 작업 방식으로, 창작의 고통과 더불어 육체적 고통으로 얼마나 고단하셨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의 작업 방식이 빠르고 쉬운 방식처럼 여겨져 많은 반성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님분께서 적어주신 ‘수백 장의 파지를 내시면서 작품을 완성하셨던 작가님께서 고치지 않고 물 흐르듯 써 내려갔다’는 글을 읽으니 선생님께서 쓰시는 마지막 글이 평생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는 자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며 시를 읽어내려갔습니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프랑수아즈 사강(1959)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대사이지만 책을 읽는 순간부터 몰입되어 책의 제목을 잊어갈 때쯤 편지 속에서 무심하게 툭 등장한 대사가 마음속에 박혀버렸습니다. ¶ THE WEST SEA by 강수정(2019) "내가 하는 일은 피안 같은 세상의 단편 하나를 떼어다가, 당신 방 한 곳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 같은 것" 사진을 보는 태도에 대한 깨달음을 준 책입니다. 그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진 속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한 문장으로 이 사진집은 "나의 방에 한 곳에" 두고 싶어졌습니다. ¶ 화필인생 by 박노수(2010) "한마디로 어떠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전통이다. 한국에 생을 받은 자면 누구나 그 손끝에 한국적 특색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낙관적 론을 펴는 분이 있는 모양인데 이는 옳지 못하다고 하겠다. 물론 한국인 속에서 미국인의 기질이 보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란 고도한 경지 아니고서는 생명이 없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니 당연히 한국적인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일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존재하는 것, 전통적인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고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저보다 훨씬 앞선 세대에서도 전통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는 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 강가의 아틀리에 by 장욱진(2017) 검은 것과 흰 것, 그게 제일 힘든 거예요. 색에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중에서 흰 건, 이 빛에서 가장 단순하다는 게 아주 교묘한 거거든… 백의에다가 백자에다가 다 주변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렇게 된 거지. 그만큼 우리가 행복한 거예요. 우린 은연중에 흰 것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건 행복한 거예요. 내 환쟁이 바탕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다른 게 아니고." 가장 기본으로 여겨지는 검은 것과 흰 것에 대한 감수성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것을 간단하게 해결해주시면서 간단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다시 고민하게 하시기도 합니다. 장욱진 선생님 삶의 철학을 볼 수 있어 많은 배움이 되었습니다. ¶ 음악의 언어 by 송은혜(2021) "우리는 대개 쉼표를 무시하거나 정해진 길이보다 짧게 인식한다. 음이 없는 부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시간의 윤곽선을 가늠하게 되면 쉼표가 주는 여백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침묵이 가진 색채와 효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으리라." 여백이 가장 기본일 텐데, 여백을 채우려고만 하는 삶에 대해 적용해볼 수 있는 문장입니다. 음악과 관련된 경험으로 적은 이 책은 어느 분야 종사자의 고민이나, 그보다 나아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에도 공감하게 했습니다. ¶ 공예를 생각한다. by 최범(2017) 앞으로의 과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도 지역 축제도 아닌, 그 사이로 난 좁은 길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세계적이기 이전에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는 것, 세계적이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좋기 때문에 좋은 것, 그러면서 부끄럽지 않고 품위가 있는 것, 이런 것이 새삼 필요하다." 공예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읽어본 책입니다. 한국 공예가 세계로 나갈 때의 유의점에 대해, 또 현대의 공예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 주말엔 숲으로 By 마스다 미리(2012) 「어느 주말」 혼자 사는 여성의 친구들이 주말에 숲이 있는 한 친구의 집으로 모이는 소소한 일상이 저의 삶과 대비되어 신선하고 신기해서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말에 숲이 있는 친구의 집으로 모이는 상상을 해보면 참 즐겁습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by 윤동주(1948) 「자화상」 다른 매체를 통하여 접해 책이 더 소중하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던 시에서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시를 읽는 법을 영화로 알게 되었고 뒤늦게 윤동주 선생님의 시집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였습니다. ¶ 어린 왕자 by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43) "여우가 말했다." 다른 매체를 통하여 접해 책이 더 소중하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양희은 1991」 앨범 마지막 수록곡에 기타와 함께 나오는 내레이션은 어린 왕자의 기억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책으로 읽을 때는 미처 곱씹지 못한 대사들이 내레이션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 잠수복과 나비 by 장 도미니크 보비(1997) "몸이 욕조 속에 잠기는 감미로운 순간이 지나면, 순식간에 물장구를 칠 수 있었던 지난날에 대한 향수가 엄습한다." 괜찮은 삶을 살았던 저자는 어느 한순간 '로크드인 신드롬'이라는 희귀병에 걸리게 됩니다. 사지는 모두 마비되고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눈 깜박임뿐이지요. 저자는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갖혀버린 몸에서 벗어나 나비처럼 자유로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갑니다. 나의 나태는 누군가에겐 절실한 자유일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 젊은 날의 초상 by 이문열(1981) "그걸 위해 이것저것 읽고 있어. 왜냐하면 어떤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은 그 대상에 대한 지식을 전제로 하거든."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었으며 구원이었다." 20대에는 모든 것이 조급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 날의 초상은 그런 저에게 위로가 돼준 책입니다. ¶ 먼 북소리 by 무라카미 하루키(1995) 구매하기 → "누군가 우리를 그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멀리 떠나온 서른여덟 살의 작가와 그의 아내. 테이블 위의 맥주. 그저 그런 인생. 그리고 때로는 오후의 양지바른 곳을."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의 수필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여행이 그리운 요즘에 먼 북소리가 울린다는 핑계로 해외로 떠난 익살스러운 하루키의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 지허 스님의 차 by 지허(2003) "우리 자생 차밭은 차나무와 벌레들과 잡초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의 공동체이다." 코로나19로 밖에서보다 안에서 있을 때가 더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레 '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공허만 마음을 달래줄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중일 모두 차를 마시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차를 대하는 관점이 다릅니다. 그러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의 차란 무엇인가? 궁금증에서 시작해 지허 스님의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지허 스님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차의 참모습을 알려줍니다. ¶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by 윤이상(2019) 구매하기 → 「현악 사중주 1번」이 베를린에서 초연되고 호평을 받은 후에 쓴 편지. "나의 마누라, 그 「현악사중주」는 성북동 대문 닫아걸고 것넛방 구들목에서 또는 아랫방에서 이불 둘러쓰고 만든 작품이오. 그때 당신은 내 옆에 있었고 나의 등을 어루만지고 그리고 나의 볼에 입을 맞추고 가곤 하였소.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때 내가 당신의 사랑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오." 통영을 좋아합니다. 통영에서 나온 예술가들을 좋아합니다. 부끄럽지만 윤이상 선생님은 이번 통영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세히 뵐 수 있었습니다. 남해의봄날에서 펴낸 윤이상 선생님의 편지를 모은 책은 현대음악 거장이 아닌 한 가정, 부부의 남편을 보여줍니다. 격변의 시기에서 가족과 예술과 나라를 생각했던 그의 모습에서 새삼 위대함을 느낍니다. ¶ 일하는 예술가들 by 강석경(2018) "몸은 도구라니까. 아낌없이 써야 해요. 그림을 그릴 때 '친다'고 하잖아요."(장욱진) "음악이란 내가 살아온 것 속에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죠."(황병기) "당신은 시인입니까, 건축가입니까?" "시인입니다. 그렇지만 건축가입니다." 이것은 1952 베네치아의 세계예술가회의장에서 만난 르 코르뷔지에와의 대화 중 한 부분이다.(김중업) "산수나 치고 무당을 그린다고 한국적인 그림인가? …다른 민족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나와야 해요. 그게 한국적인 것이고 전통이지." 예술은 노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인터뷰집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고 알아야 하는 참 예술가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도 예술가의 참된 가치는 변치 않는 듯합니다. ¶ 한국의 발견 by 한창기(1998) "이 많은 '서울에 사는 사람'은 열에 여섯이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른바 지방 출신이다." "서울 토박이는 옛날에보다, 그리고 이 도시로 떠돌아와 눌러사는 사람들은 제 고향에서보다, 잡곡이 훨씬 덜 섞인 밥을 먹는다." "아파트가 서울에 펼친 새로운 생활 양상 또 하나는 '배달 서비스'의 발달이다. 담배 심부름을 시킨 아비더러 왜 가게에 전화를 걸어 배달을 시키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아들이 있을 만큼 서울의 아파트 주민은 배달 서비스를 받는 데에 익숙해 있다." 전설적인 잡지 《뿌리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선생님께서 펴낸 종합 인문 지리지 『한국의 발견』. 대한민국 팔도의 모습이 각각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고민이 들 때, 한창기 선생님의 작업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 유강열과 친구들: 공예의 재구성 by 국립현대미술관(2020) "유강열의 삶과 예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그동안 소개되지 못했던 1950~1970년대 한국 현대 공예의 태동과 전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공예에 관심이 많습니다. 공예란 오랫동안 꾸준히 쓰여서 그 형태가 잡힌 것이 보통입니다. 문득 우리나라 공예는 어떻게 발전해왔는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한 궁금증에 어느 정도 답을 주었던 유강열 선생님 전시는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1세대 판화가이자 염직 공예가 유강열 선생님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 공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작과 디자인을 모두 하신 유강열 선생님의 모습에서 제가 나아갈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유강열 선생님께서 계셨던 통영의 나전칠기 기술소는 마치 우리나라의 바우하우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과 디자인은 함께 가야 합니다. 기술이 없으면 근간이 흔들리고 디자인이 없으면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by 노먼 포터(1969) 구매하기 → "전공이 무엇이건 간에, 모든 디자이너는 주변의 동료들이 어떤 일을 왜 하는지 대충이나마 알아야 한다.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협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제 분야에서 영원히 겸손한 학생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는 타인을 통해, 타인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밝혀둔다." "디자이너는 대단히 문제의식적이다." "드로잉은 결코 디자인의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드로잉은 제작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고, 그 내용은 적절한 의사소통이라는 목적에 따라 엄밀히 제한된다." "모든 디자인 결과물에는 추상에 실질을 더해주는 두 가지 핵심요소가 빠지기 마련이다. 바로 실현과 사용이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다만 질문에 질문을 주어 우리를 더 깊게 사유하게 만든다."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던 학창 시절의 끝머리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옷과 멋에만 관심이 많았지, 디자인에 대한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있진 못했습니다. 이 책은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명쾌한 해답을 주진 않습니다. 다만 질문과 질문을 주어 계속 사유하게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읽어도 항상 배우게 됩니다. ¶ 백 by 하라 켄야(2008) "빛의 색을 모두 섞으면 백이 되고 그림물감이나 잉크의 색을 모두 제거하면 역시 백이 된다." "백은 색으로 존재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색을 벗어난 만큼 보다 강한 물질성을 환기하는 질감이며, 틈이나 여백과 같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잉태한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지만 이것을 가치가 없다고 보지 않고 무언가가 들어갈 징조로 보는 창조성이 엠프티너스에 힘을 부여한다." 일본에서 가방 제작자로 있었을 때, 자주 가던 도쿄 어느 카페에서 몇 시간째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생각에 잠긴 때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고, 남아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백은 가능성이고, 희망이고, 꿈이다. 여유이고, 여지이다. 무기물이며, 유기물이다. 물질이며, 정신이다."라고 일기장에 적어두었는데, 그만큼 백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하게 도와주었습니다. ¶ 분위기 by 페터 춤토르(2006) 구매하기 → "건물에 들어가서 실내를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내가 속한 주변 환경을 생각해보자. 그 환경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 환경에 속한 건물들은 사람들 삶의 일부가 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장소이다." 카페를 좋아합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커피 때문은 아닙니다. 그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러 갑니다. 그러한 공간을 찾으면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의 매력은 어느 부분에서 나왔을까. 사실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페터 춤토르는 그러한 생각을 한층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파티션WSC 공간을 만들 때 지침이 돼준 책입니다. ¶ 루이스 칸: 건축의 본질을 찾아서 by 정태용, 김낙중(2013) "칸이 자신만의 건축을 지속할 수 있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건축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what it watns to be)'와 그 과정인 '어떻게 이루어졌는가(how it was done)'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해나갔기 때문이었다." "건물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흔적들을 감추거나 없애지 않고 도리어 의도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구조 체계를 보여주어 건물의 존재를 확인시킬 뿐만 아니라 그 형성과정까지 보여줌으로써 건물 자체의 존재를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는 장식이란 재료와 재료가 접합되는 이음매 부분의 디테일이 그대로 악센트로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의상디자이너 시절에 건축적인 것들에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무드보드엔 항상 건축물이 들어가 있었죠. 루이스 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입니다. What it wants to be, How it was done이라 이름 붙인 가죽가방을 디자인페어에 소개한 적이 있을 만큼이요. 안도 다다오 이전 노출 콘크리트로 작업을 많이 한 건축가로 알려진 루이스 칸은 우리가 점유하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얘길 들려줍니다. 이 책은 루이스 칸의 철학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소개합니다. "건축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으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 TOKYO STYLE by 츠즈키 교이치 (1993)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역에 대한 인상을 기록하고 싶은데, 글 주변이 없어서 글로써 책을 내는 것은 어렵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취재를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신촌 통신』『연희 통신』을 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건 《뽀빠이》, 《브루터스》 등에서 오랜 기간 편집자로 일한 츠즈키 쿄이치의 『권외편집자』 덕분이었죠. TOKYO STYLE이라는 사진집은 츠즈키 쿄이치가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한 기록입니다. 일본 우에노 서점 사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사진집인데, 그때는 『권외편집자』를 읽기 전이었고, 저자를 잘 몰랐습니다. 흥미롭다 정도로만 생각했었죠. 교이치는 이 책에 자기가 생각하는 도쿄 스타일을 가감 없이 담아 기록했는데, 여러 부분에서 저희(통신사)의 작업물과 맞닿아 있어 좋았습니다. ¶ Open Shutter at the Museum of Modern Art by Michael Wesely(2004) 일상 기록의 도구로 카메라를 씁니다. 사진을 통해 그날의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다면 족합니디. 핸드폰으로도 쉽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스냅샷의 매력도 좋지만) 오랜 기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서 찍는 장노출 사진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마이클 웨슬리의 사진은 사진과 영상 사이에 놓여 있다는 인상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은 사진처럼 하나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으나 마이클 웨슬리의 장노출 사진은 그러한 인상의 겹들을 시각적으로 더 살피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