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으로 해할 수 없는 삶
“지금 내게 주어진 건 비상 연락처 하나와 투토콜로레(Tutto Colore)라고 불리는 아동복 공장에 취직했다는 사실뿐이다. 이탈리아 억양을 흉내 내본다. “뚜우또- 꼴로오레-” 모든 색상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펼쳐질 공장노동자의 무채색 삶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사명이다. 기획기사를 쓰기 위한 조건은 엄격하다. 신분을 숨긴 채 일할 것. 그 누구도 진짜 정체를 알아서는 안 된다. 이 회사에서 받는 급여로만 살 것. 월세, 식비, 교통비까지 모조리 이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원래 가지고 있던 돈과 물품은 전부 보고타에 두고 간다.”
콜롬비아의 기자이자 작가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는 2007년의 더운 계절, 6개월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나르코스」의 배경 메데인(Medell?n) 13구로 가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콜롬비아 제1도시인 보고타에서 젊은 나이에 일간지 편집장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던 그에게는 어쩌면 모험이 필요했고,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하는 장기간의 취재 프로젝트는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처럼 느껴졌다. 그는 한화 20만 원에 그치는 월급에 제 몸을 맞추어보았다. 매일은 아니라도 주말 하루이틀쯤은 음악을 듣고, 술 한잔을 기울인다고 하는 주관적인 인간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그는 고강도의 노동을 하루하루 치러나간다. 일하는 동안은 음악을 들을 수 없고, 퇴근길에서 마주치는 추러스에 마음을 뺏겨서는 안 되는 생활이다.
그는 반년간의 생활에서 ‘투토콜로레’(모든 색상이라는 이름을 지닌 섬유공장)에 스며들지 않고, 끝내 이방인으로 남는다. 애초에는 떠나야 할 곳에 강렬하게 짓눌렸거나, 돌아갈 곳을 철저하게 상기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누군가가 떠나서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 그는 더는 떠나기 전의 자신일 수 없음을 이 이야기는 암시한다. 단 반년간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젊은 노동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2007년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전혀 다른 개체로서 살아가고 있다.(이에 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한국에 삽니다』와 『열병의 나날들』을 참고하라. 모국과 지리적, 문화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한국에서 그는 여전히 경계를 서성인다.)
‘최저임금’이라는 스페인어 ‘살라리오 미니모’에서는 시큼한 땀냄새와 남미 리듬이 진동한다. 『살라리오 미니모』는 최저임금이 가까스로 지탱해주는 삶보다는, 그것이 해할 수 없는 최저 아닌 삶의 한순간을 개인성의 필터로 포착한 주관적인 결과물이다. 정의(正義, 定義)를 담지 않았기에,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그것들을 모색하게 하는 독특한 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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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리오 미니모 · 안드레스 펠리페 솔라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