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노랑 · 미로코 마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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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제본
○ ISBN 9791189519629
○ 228 x 308 x 10 mm
○ 590g
○ 40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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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척으로 가득한 빛의 세계

바야흐로 생명이 싹트는 계절입니다. 하루는 푸른 고양이가 낌새를 느낍니다. ‘노랑이 어쩐지 성가시게 하는군.’ 근원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노란빛은 잡으려 해도 쉽게 잡히지 않고, 점점 몸집을 늘려가며 종횡무진 고양이를 괴롭힙니다.

“노란빛으로 얼룩져 춤추듯 그렸다.”고 이 책의 작가 미로코마치코는 말합니다. 이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체험을 제안하는 작품입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 원시적인 에너지를 가진 생물들은 미로코마치코의 선과 색으로 전달되지만, 정작 화가의 붓놀림 속에도 완전히 갇히지는 않습니다.

그림책 속 텍스트에는 글로 된 묘사보다는 의성어가 난무합니다. 책 너머로 냄새와 소리, 분위기가 꿈틀대며 보는 이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만 같죠, 그것도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고양이가 노랑을 쫓는 동안, 노랑은 무당벌레가 되고 비가 되고 두더지가 됩니다. 메뚜기가 되고 잎사귀가 되고 나비가 닭이 거북이가 사자가… 그러니까 모든 생명체가 됩니다. 노랑이 가뿐하게 고양이의 발을 벗어나는 동안 고양이는 걷어차이고, 빙글빙글 돌고,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죠.

세계의 빛을 흡수하고 튕겨내면서 이루어가는 나의 정체성 애초에 빛깔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태양이나 고온의 물질에서 발하는 빛을 받으면 그 파장에 따라 하나의 물체는 특유한 빛을 띠게 됩니다. 결국 빛깔은 외부라는 세계를 흡수하거나 튕겨내면서 자아를 이루어가는 우리 자신을 은유하기 가장 적합한 도구인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한 마리 고양이가 노랑을 잡으려는 시도는, 봄을, 계절을, 걷잡을 수 없는 외부를 붙들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싹튼 것이고, 그 시도는 우리가 알다시피 달성하기 꽤 어려운 것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외부를 붙들고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나의 윤곽에 같은 색채를 입혀준다면... “그 이후로 나랑 노랑은 꽤 사이가 좋은 편이야.”라는 푸른 고양이의 마지막 혼잣말은 빛깔을 끌어안지는 못할지언정 훌륭히 채색된 존재의 근사한 경지를 보여줍니다.

 

☞ 수상내역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황금사과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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